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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by UGYUTT | 2008/04/23 04:07 | 감상 | 트랙백 | 덧글(6)
초속 5CM



1.
누구나 다 과거에 대한 추억들은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삶에 덜 찌들리고, 도시에 짓눌리기 이전의. 매미가 울어대고 햇살이 내리쬐던 교정과 학교에서의 나날들. 물론 모두가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행복한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지는 않았겠지만. 때로는 유쾌하고, 왁자지껄하고, 애틋하고, 미묘하기도 했던 너무도 순수한 시절이 아니었던가.

2.
그런데 그렇게 잊을 수 없는 순간 속에 있던 그들이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 자신들은 분명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왔건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도시의 한복판에 갈 길을 잃은 채 서 있게 되고 만다. 어느 구석 앉을 자리가 있고 주어진 할 일은 있지만, 추구하던 그 무언가는 희미해진지 오래. 그들은 타성에 깊히 잠긴 몸을 이끌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과거를 회상한다.

3.


4.
그렇게 밤이 깊어 열차가 끊길무렵 고개를 숙인 그녀 앞에 지친 모습의 타카키가 모습을 드러내고, 아카리는 억눌려왔던 감정이 복 받쳐 올라 타카키의 옷자락만을 쥔채 끊임없이 눈물을 토해내고 만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환경이, 인생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해 겨울 그들이 가졌던 감정과 추억들은 그것들을 이겨보인 결과였다.

하지만 그 굳은 결심이라는 건, 물체가 아닌 사람의 감정이 아니던가. 증표는 영원하건만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 우리들의 수많은 경우처럼. 그 둘이 주고 받은 편지는 색조차 바래지 않았건만, 그들의 감정은 이겨내겠다던 인생에 막히고, 엮여드는 장애물에 허물어져, 떠나가고 보내버리고 잊혀져 간다. 분명 그렇게 사랑했건만 왜 그렇게 된 걸까.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길을 걷던 그 시간들은 돌아 올 수 없는가.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5
사실 도시에 있건 시골에 있건, 소년이건 성인이건 행복이란 매한가지다. 카나에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걷던 여름길과, 한 겨울 아카리를 만나기 위해 떠난 오오미야행에 대한 그리움은 이 애니를 보는 이라면 누구나가 가질 조그마한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토우노 타카키 자신이 충실히 살아온 현재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학창 시절을 소진해버린 모든 성인이 불행한 것도, 도시가 저주받은 세이크리드 랜드인 것도 아니지 않는가. 토우노의 과거가 애틋하게 보이는 건 단지 현재의 토우노가 행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방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6.
나이가 든다는 건, 돌아 갈 수 없는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2화에서 카나에를 바라보는 그녀의 언니 스미다 선생의 심정은 참 오묘하지 않았을까 싶다.
by UGYUTT | 2007/12/13 11:51 | 감상 | 트랙백 | 덧글(0)
서지수



여태까지의 스팀팩 중 가장 씁쓸한 마음으로 본 방송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등학교 들어갈 때는 성적이 좋았다' 라고 말하는 그녀. 뭐랄까,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주변의 반대라는 벽만 존재 하는 게 아니지요. 후회는 부정된 자신에의 그리움이라고 하던가요. 그들은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자부심 이상으로, 남들이 걸어간 길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그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슴 한켠에 항상 지니고 있습니다. 나중에라도 좋으니, 꼭 대학에 가라, 고 말하던 그녀의 어머니.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방송을 보는 내내 서지수 선수의 말 속에서 그런 아쉬움들을 짙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프로게임계에 발을 딛은지 7년여, 여제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고, 많은 남성팬을 지니고도 있습니다만, 정작 본인이 그토록 원하던 메이저 대회 본선 진출은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냉정하게 말해서 앞으로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가지요. 남자와 여자라는 위치를 떠나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이 성적을 내고, 하나 둘 은퇴를 하고,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현재 STX 소울을 이끄는 진영수의 나이는 스무살, 아마 그녀와 경기를 갖는 온라인 연습생들은 대부분 중고생일 겁니다.

그래도 방송을 보면서 서지수 선수의 열정이 남아 있다는 것에 꽤 놀랐습니다. 메이저 대회에 가까워지기는 커녕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걸 그녀도 느낄텐데 말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이벤트 대회에 몇번 참가하다 서서히 은퇴를 하는 수순이 아닌가 싶었는데, 서지수 선수의 아직 꺼지지 않은 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가졌던 제 자신이 한없이 미안해 졌습니다. 사실 서지수 선수가 그 열정에 보답을 받아 스타리그에 우승도 하고 그럴 수 있다면 참 아름다운 세상일텐데.. 아무쪼록 서지수 선수가 방송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이나마 자신의 꿈에 대한 보답을 받을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by UGYUTT | 2007/11/13 20:08 | 게임 | 트랙백 | 덧글(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