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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CM



1.
누구나 다 과거에 대한 추억들은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삶에 덜 찌들리고, 도시에 짓눌리기 이전의. 매미가 울어대고 햇살이 내리쬐던 교정과 학교에서의 나날들. 물론 모두가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행복한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지는 않았겠지만. 때로는 유쾌하고, 왁자지껄하고, 애틋하고, 미묘하기도 했던 너무도 순수한 시절이 아니었던가.

2.
그런데 그렇게 잊을 수 없는 순간 속에 있던 그들이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 자신들은 분명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왔건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도시의 한복판에 갈 길을 잃은 채 서 있게 되고 만다. 어느 구석 앉을 자리가 있고 주어진 할 일은 있지만, 추구하던 그 무언가는 희미해진지 오래. 그들은 타성에 깊히 잠긴 몸을 이끌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과거를 회상한다.

3.


4.
그렇게 밤이 깊어 열차가 끊길무렵 고개를 숙인 그녀 앞에 지친 모습의 타카키가 모습을 드러내고, 아카리는 억눌려왔던 감정이 복 받쳐 올라 타카키의 옷자락만을 쥔채 끊임없이 눈물을 토해내고 만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환경이, 인생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해 겨울 그들이 가졌던 감정과 추억들은 그것들을 이겨보인 결과였다.

하지만 그 굳은 결심이라는 건, 물체가 아닌 사람의 감정이 아니던가. 증표는 영원하건만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 우리들의 수많은 경우처럼. 그 둘이 주고 받은 편지는 색조차 바래지 않았건만, 그들의 감정은 이겨내겠다던 인생에 막히고, 엮여드는 장애물에 허물어져, 떠나가고 보내버리고 잊혀져 간다. 분명 그렇게 사랑했건만 왜 그렇게 된 걸까.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길을 걷던 그 시간들은 돌아 올 수 없는가.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5
사실 도시에 있건 시골에 있건, 소년이건 성인이건 행복이란 매한가지다. 카나에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걷던 여름길과, 한 겨울 아카리를 만나기 위해 떠난 오오미야행에 대한 그리움은 이 애니를 보는 이라면 누구나가 가질 조그마한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토우노 타카키 자신이 충실히 살아온 현재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학창 시절을 소진해버린 모든 성인이 불행한 것도, 도시가 저주받은 세이크리드 랜드인 것도 아니지 않는가. 토우노의 과거가 애틋하게 보이는 건 단지 현재의 토우노가 행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방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6.
나이가 든다는 건, 돌아 갈 수 없는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2화에서 카나에를 바라보는 그녀의 언니 스미다 선생의 심정은 참 오묘하지 않았을까 싶다.
by UGYUTT | 2007/12/13 11:51 | 감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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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디 at 2008/08/31 22:16
이거 보면서 어허허.. 이건 애니메이션에서 다루는 비현실적인 해피엔딩이 아니라, 그냥.. 현실의 첫사랑과 평범한(?) 인간의 그냥 그런 모습들을 그냥 솔직하게 그냥 막 보여주는 OTL 좋았던 것은 마지막에 나온 노래?! (머엉)
Commented by UGYUTT at 2008/09/02 02:53
이디님 // 1,2 편이 너무 동화같은 따스함을 주어서, 3편의 현실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현실이라는 것은 단선이 아닌 복선이니까요. 엔딩 곡은 야마자키 마사요시라는 가수가, 교통사고로 연인을 잃은 뒤 그녀를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이라고 하더군요. 그야 말로 현실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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